[지리교육] 1.3 지리교육의 패러다임(1) - 실증주의, 인간주의

제1장. 지리교육의 이데올로기와 패러다임

 

3. 지리교육의 패러다임

 

1) 실증주의: 공간과학으로서의 지리교육

 

(1) 목적: 지리적 설명(사회를 예측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

경험주의와 실증주의 과학은 경험의 세계에서 작동하고 중립성을 가정한다. 즉 관찰자 외부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수집을 중요시한다. 실증주의 과학은 획득된 데이터를 사용하여 일반적인 법칙을 구축한다. 이렇게 구축된 법칙들은 사건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실증주의 과학이 추구하는 목적은 '지리적 설명(geographical explanation)'에 있다.

실증주의는 경험적/분석적 지식을 중요시하며, 기술적 통제(technical control)의 이데올로기와 연결된다. 이런 지식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기존의 사회조직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2) 사례

실증주의에 입각한 지식이 중등학교 지리교육에 사용된 사례로는 도시구조모델[버제스(Burgess)의 동심원이론, 호이트(Hoyt)의 선형이론 등], 공간이론[베버(Weber)의 공업입지론과 크리스탈러(Christaller)의 중심지 이론 등], 계량화(최근린지수, 중력모형 등)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미국의 1970년대 고등학교 지리 프로젝트였던 HSGP 역시 실증주의 지리교육의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증주의 지리교육은 교수학적인 측면에서 개념, 원리, 법칙, 일반화 등에 초점을 두는 '개념학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브루너가 주장한 발견학습을 비롯하여, 문제 제기 - 가설 설정 - 자료 수집 - 자료 분석 - 가설 검증 - 결론 도출(일반화)로 이어지는 '과학적 탐구학습' 또는 '사실탐구'가 주요 교수학습 방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3) 비판

이러한 일반화하고 법칙추구적인 공간과학으로서의 지리교육은 기존의 개성기술적인 연구로서의 지역지리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였다. 지역지리에 기반한 지리교육은 많은 지리적 사실들을 순전히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암기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지적인 자극과 도전을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하여 공간과학으로서의 지리교육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사실보다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공간과 관련한 개념, 법칙, 일반화, 이론 등을 가르치는 데 주안점을 두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과학으로서의 지리교육은 이후에 논의할 여러 대안적 접근들에 의해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2) 인간주의 (인본주의): 학생 중심 지리교육

(1) 목적: 자기인식과 상호이해(세계에 대한 상호인식과 이해)

공간과학으로서의 지리교육에 대한 대안적 접근 중의 하나는 인간주의 지리교육이다. 현상학에 기초한 인간주의 지리교육은 학생들을 표준적이고 보편적인 공적지리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행위자로 간주하는 것을 거부한다. 인간주의 지리교육의 목적은 인간과 장소에 대한 '자기인식(self awareness)'과 '상호이해(mutual understandings)'에 있다. 인간주의 지리교육은 특히 다양한 인간의 삶에 대한 존중과 관용, 감정이입(empathy)과 장소감(sense of place)에 초점을 둔다.

 

(2) 개인지리 또는 사적지리

인간주의 지리교육의 출발점은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여 체득한 개인지리 또는 사적지리이다. 학생들은 각각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나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세계를 이해한다. 이것은 바로 그들의 사적지리 또는 개인지리를 형성한다. 사람들이 그들이 살고 있는 문화 속에서 세계에 대해 상이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개인지리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개인지리는 끊임없이 재형성되며, 그러한 개인지리는 심상지도, 장소에 대한 무수한 이미지와 기억, 사물들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 장소와 쟁점에 관한 느낌 등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의 개인지리는 그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짓는다. 즉, 학생들의 개인지리는 그들이 본 것, 주의를 기울이는 것, 당연하게 여기는 것,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학생들이 장소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선택적인 경향이 있다. 개인지리는 학생들이 그들의 환경 내에서 어떻게 행동하며, 상호작용하는 문화 내에서 문화를 형성하는 데 우리 자신이 어떻게 기여하는가에 영향을 준다. 

 

(3) 학습자 중심 교수법

교육과정 설계에서 이러한 사적지리 또는 개인지리는 내용구성을 위한 원리로 작동하며, 지리 수업은 이를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주의 지리교육은 교수학적 측면에서 학습자의 일상생활에 근거한 학습자 중심 교수법을 강조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학적 태도는 세계에 대한 학생들의 관점과 경험을 중심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지리교사들은 세계에 대한 그러한 학생들의 관점과 일치하는 방법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한편 인간주의 지리교육은 인간의 다양한 가치와 관점에 대한 존중을 강조함으로써, 가치교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